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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아처

아이돌의 ‘인기’라는 것: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걔네가 그렇게 인기가 많아?” 덕질을 하게 되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이다. 덕후가 아닌 사람, 즉 머글들에게는 특정 아이돌들의 인기가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는 음원차트에서 자주 보이거나 높은 인지도를 갖춘 소위 ‘국민 그룹’의 인기만 체감되기 마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면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을 ‘군’으로 구분 지어 인기 순위를 매겨 놓은 글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 순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댓글로 토의를 하는데, 그 내용이 주로 ‘그 그룹은 잘 쳐줘야 2.5군까지가 최대이다’, ‘2군급이라기엔 듣보(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의 줄임말) 아니냐’ 등 각종 ‘후려치기’를 포함하고 있는 때가 많다. 이렇게 급을 나누는 것이 아이돌 덕후의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 그 이유는 그들이 평가를 내리는 기준이 사실 상당히 편협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대중에게 보이는 활동 외에도 아이돌은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을 한다. 언론 노출 정도, 음원차트 순위 외에도 고려해야 할 다른 영역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각 팀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들의 인기 수준을 정의하고 비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막상 팬도 아닌 사람들이 보이는 것만으로 급을 나누어 버리니 덕후로서 필자는 많이 속상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메이저 그룹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면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돌 산업에서 대중성, 즉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이유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첫 번째 이유는 마니아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가수임에도 생각보다 마니아층의 크기가 작을 수도, 혹은 소수만 아는 가수임에도 고정 팬덤이 굉장히 탄탄할 수도 있다. 즉, 인지도는 다소 떨어질지 언정, 충성도가 높은 확실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된다면 성공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처음 본 그룹이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악방송 순위 집계 기준(음원차트 순위만이 아니라 음반, 사전투표, SNS 점수 등 다양한 지표들이 사용됨)을 살펴보고 팬덤이 이를 체계적으로 공략한다면 인지도가 조금 부족할지라도 1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몬스타엑스의 경우 모두가 아는 메가 히트곡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컨셉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천천히 마니아층을 키워 나가며 ‘DRAMARAMA’부터 ‘Jealousy’, ‘Shoot Out’까지 연이어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니아층이 확실한 아이돌 그룹에게는 음반 판매(팬사인회), 자체 콘텐츠 판매, 단독 공연, 행사, 굿즈 판매 등 수익 창출의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밴드 데이식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분명 대중적인 인기를 지닌 그룹은 아니나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5000석 규모의 화정 체육관,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에서의 단독 공연을 모두 매진시킬 만큼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돌 인기의 숨겨진 두 번째 원천은 해외 인기이다. 과거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한 인터뷰에서 “수지가 수입이 가장 많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2PM의 해외 수입이 가장 많다고 밝힌 적이 있다. 2PM의 국내 활동이 뜸해지고 대중적인 인기가 줄어들던 당시, 알고 보니 그들은 중국과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아이돌 산업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트위터, 유튜브와 같은 SNS 및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케이팝 아이돌에 대한 해외 팬들의 접근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머글들에게는 이름부터 생소한 그룹이 알고 보면 숫자면에서 압도적인 해외 팬덤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케이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직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는 유튜브를 통해 지금까지 공개한 5개의 뮤직비디오가 무려 평균 3500만 뷰를 기록하고 있는 등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혼성 아이돌 그룹 카드 역시 아직 국내 대중들에겐 생소한 그룹이지만 이미 데뷔 전부터 뜨거운 해외 인기를 누리며 프리 데뷔 월드 투어를 진행했을 정도이다.


사진 출처: 카드 공식 인스타그램 @official_kard

이렇듯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혹은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아이돌이 생각보다 많기에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은 이들의 인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걔네가 그렇게 인기가 많아?”라는 질문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그룹의 수가 많지 않음에도 아이돌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지도가 높지 않더라도 인기를 얻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아이돌 판은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아이돌 시장은 생각보다 더 넓고, 다른 눈으로 봤을 때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여러 영역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여 ‘그 그룹은 급이 낮잖아’라고 얘기한다면 이를 듣는 덕후들은 굉장히 속상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아이돌의 성공 여부와 인기의 정도를 말함에 있어 다각적으로 바라봐 줬으면 하는 것이 욕심일 순 있지만 한 명의 덕후로서 갖는 필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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