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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서비

아이돌 노동 3부작_육체노동편

아이돌에게는 ‘24시간이 모자라’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은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돌은 모두가 오르고 싶은 꿈의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며, 항상 엄청난 인기와 어린 나이에 막대한 돈을 벌며 많은 사람들, 특히 10대~20대들에게 꿈의 직업이다. 10대들의 장래희망 순위에서 ‘아이돌’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한다. 아이돌은 사람들에게 말그대로 우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아이돌을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일까? 그들의 지인은 아니지만 팬의 입장에서 그들을 걱정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아이돌 노동 3부작! 이번에는 아이돌을 스타가 아닌 노동자의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위 표는 인기 아이돌 워너원의 리패키지 앨범 [1-1=0 (NOTHING WITHOUT YOU)]이 발매되었던 17년 11월 스케줄표이다. 앨범 발매일이 13일이지만 발매일 전후로 수많은 스케줄들로 가득 차 있다. 앨범 발매 전부터 앨범을 위한 재킷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과 앨범 발매 홍보를 위한 예능 촬영들이 있고, 앨범 발매 후에는 기본적인 활동인 음악방송과 팬사인회, 행사, 콘서트 출연, 예능 촬영, 라디오 방송, 광고 촬영, 잡지 사진 촬영과 인터뷰 등 수없이 많은 활동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준비한 앨범이 발매되고 평균 3~4주의 짧은 활동기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아이돌은 그 안에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음악방송의 사전녹화는 대부분 새벽이나 오전에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잠을 청하기도 어렵고, 예능이나 광고 촬영의 경우 밤샘 촬영이 많기에 일찍 잠에 들 수도 없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한 달 동안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고, 그 마저도 활동기에는 식단 조절이나 운동과 같은 꾸준한 관리를 비롯해 v앱과 같은 비공식 일정들도 있어 쉬는 날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여기에 연기를 하는 멤버들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 일정까지 더해진다. 워너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이돌은 하루 평균 2~3시간의 수면으로 이와 같은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아이돌의 활동기간은 왜 이렇게 촉박할 수밖에 없을까? 먼저 미디어 매체의 발전으로 아이돌들이 얼굴을 비출 수 있는 매체가 다각화되었다. 단순히 신문이나 TV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라디오, 잡지, 대형 광고, 기획물 등 참여 해야하는 스팟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 모바일 방송 등에서도 아이돌이 활동하는 일이 잦아졌다. K-POP의 글로벌화 또한 아이돌을 시간에 쫓기게 만들었다. 높아진 K-POP의 인기로 우리나라 아이돌의 앨범 활동은 빌보드에서 조명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고 이후 인기 있는 아이돌에게 월드 투어는 하나의 필수 스케줄이 되었다. 워너원의 경우 월드 투어에서 3개월간 13개 도시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활동이 많아진 것에 비해 아이돌의 활동주기와 활동기간은 오히려 짧아졌다. 과거에는 아이돌들이 1~2년의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후속곡 활동을 포함한 약 두 달간의 활동을 했다면 최근에는 후속곡 활동 없이 한 달 안에 앨범 활동이 끝나게 되며, 앨범을 출시한 지 반년도 채 안되어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다. 트렌드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 아이돌은 대중들에게 최대한 자주 얼굴을 비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돌 시장의 대형화도 아이돌들을 더 촉박하게 만들었다. 아이돌 산업은 전보다 거대해졌고, 알려진 바로는 연습생의 데뷔까지 1인당 평균 2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소속사는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위한 투자금을 반환 받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소속사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의 무리한 일정 감행은 온전히 아이돌들이 감내해야 하는 몫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살인적인 스케줄이 피로를 누적시켜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대에서 쓰러진 아이돌이 적지 않다. 달샤벳 수빈, 에프엑스 크리스탈, 걸스데이 혜리, 여자친구 신비, 빅스의 레오, 라비, 엔, 그리고 최근에는 AOA의 설현까지 아이돌들이 무대에서 쓰러지는 일들이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꾸준히 일어나면서도 소속사들의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아이돌들은 그저 기계부품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이 발생한 직후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돌들을 다시 무대로 복귀시킨다. 심지어 몸의 이상을 무대 중 터트린 화약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모든 소속사의 태도가 이런 식이라면 또 다른 아이돌이 언제 또 무대에서 쓰러질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이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자로서의 아이돌, 특히 육체적 노동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이돌들은 제대로 된 수면이나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장시간의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었다. 육체적으로 이들은 이미 무슨 일을 하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 엄청난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 사람들조차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인기는 일한 시간만큼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처럼 끊임없는 무한경쟁으로 항상 압박감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돌들의 정신적 노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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