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걸그룹 ‘빌리(Billlie)’가 작사가 ‘아이유’와 협업하여 ‘기억 사탕’이라는 곡을 발매했다. 빌리는 수아와 수현의 복귀 이후 첫 앨범 발매 소식인 데다, 최정상 아티스트인 아이유와의 컬래버레이션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평소 아이유를 롤모델로 꼽았던 빌리에게는 이번 앨범 활동이 더 없이 달콤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타이틀 곡 ‘기억 사탕’이 수록된 빌리의 다섯 번째 미니 앨범 <appendix: Of All Have Lost>는 빌리라는 그룹에 담긴 소중한 기억과 여정을 다시금 밝혀 보는 작품이다. 유리병 속에 담겨 있는 ‘기억 사탕’은 살아 가며 나도 모르게 잃어 버렸던 기억들을 의미한다. 무겁고 버겁지만 소중했던 기억들을 다시 삼켜 간직한 채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억 사탕’을 작사한 아이유는 빌리(Billlie)와 빌리의 팬덤 빌리브(BELIEVE)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 이들이 어떤 시련이 와도 함께 손 잡고 나아가길 소망하며 작사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빌리에게 ‘기억 사탕’이라는 곡은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킬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빌리만의 특별한 기억 사탕
빌리는 여태껏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독특한 콘셉트를 유지했다. 보컬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그룹이라는 틀을 깨고, 매 앨범마다 빌리의 내면 세계인 B-side를 표현하며 미스터리하고 특색 있는 장르와 콘셉트를 보여 주고 있다.
미니 앨범 1집 <the Billage of perception : chapter one>의 타이틀 곡인 ‘RING X RING’은 일렉트릭 기타, 신스의 다채로운 사운드에 특급 작사가 김이나의 가사를 더해 미스터리 콘셉트를 살리려 했다. 곡 초반부터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와 빠른 속도의 비트는 빌리의 시작점 알리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데뷔곡을 시작으로 여러 장르를 혼합해 빌리만의 장르를 잡아 가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이는 곡이다.
미니 앨범 2집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의 수록곡인 ‘a sign~anonymous’는 시티팝의 영향을 받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관에 떨어진 빌리의 미스테릭한 동화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것도 너지, 찾는 순간 빌리는 없었어’라는 가사는 빌리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므로 주의 깊게 들어 봐도 좋을 듯하다.
미니 앨범 3집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wo>의 수록곡인 ‘$UN Palace(Stroop effect)’는 미니 2집의 수록곡인 ‘M◐◑N Palace’과 이어지는 트랙으로 90년대 스윙 비트 기반의, 여태껏 듣지 못했던 빌리 멤버들의 재즈 보이싱에 주목할 수 있는 곡이다.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와 이와 상반되는 발랄한 멜로디는 마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니 앨범 4집 <the Billage of perception: chapter three>의 타이틀 곡인 ‘EUNOIA’는 빌리답게 신스 웨이브, 디스코, 펑크 등의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여 90년대 올드스쿨 힙합 느낌으로 풀어낸 곡이다. 기존의 속도감 있고, 하드락의 느낌이 강했던 빌리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EUNOIA’의 가사에는 우리 모두가 양면성이 있고,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그러한 양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전히 환상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이 곡은 빌리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처럼 빌리는 빌리버스(빌리+유니버스)를 유지한 채 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나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이번 미니 5집 앨범에서 또한 빌리는 인디팝, 누웨이브, 트로피컬 알앤비 등이 융합된 빌리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동시에, 서정적이면서도 유려한 아이유 표 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콘셉트에 있어 더욱 과감한 시도를 보여 주었다. 단단한 베이스 사운드와 달콤하고 통통 튀는 피아노 멜로디 사이에 희미하게 묻어 나는 쓸쓸함과 고요함은 앞선 빌리 멤버들의 서사를 더욱 조명하게끔 한다. 밝고 벅찬 느낌의 신디 사운드 위에 오른 ‘눈을 맞추고 약속해, 이제는 우리를 다시는 잃어 버리지 않을게’라는 가사와, 뮤직비디오 후반부에 멤버들이 다같이 포옹하는 장면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지치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함께 달려 나가길 소망하는 빌리 멤버들의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번 빌리의 앨범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사로잡은 만큼 항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필자 또한 아프고 힘들었을 기억들을 조심스레 마주하며 앞으로의 성장에 집중하려 하는 빌리의 행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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