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엑소에게서 온 초대장, The EℓyXiOn [dot]의 시작.
2018년 6월 4일, 엑소의 4번째 단독 콘서트 The EℓyXiOn의 앙코르 공연 공지가 올라왔다. 작년 2017년 11월 고척스카이돔에서 디엘리시온(이하 엘리시온)의 첫 번째 콘서트를 기점으로 엑소의 네 번째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엑소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점(dot)을 찍어 문장의 마무리를 하듯이 서울에서 앙코르 공연으로 월드 투어의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엑소는 월드 투어를 항상 서울에서 마무리하기 때문에 서울 앙코르 콘서트에서는 닷(dot)이라는 표현을 붙인다.
엘리시온의 콘서트 티저에서 알 수 있듯이 엘리시온은 엑소가 (아마 에리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는 컨셉이다. 작년 엘리시온 콘서트 이미지에서 초대장 봉투가 닫혀있었는데 엘리시온 닷 콘서트 이미지에서는 초대장 봉투가 열렸다. (!!) 에리들은 에스엠이 변태인걸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콘서트 소식에 열광하였다. 여태까지 엑소의 앙코르 콘서트에서 항상 새로운 무대를 추가하였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지난 엘리시온에 데뷔하짐 못한 내가미쳐일까 아니면 일본에서만 데뷔했던 일렉트릭키스일까…. 무슨 노래로 새 무대를 할지 즐거운 궁예를 하며 결코 즐겁지 않은 티켓팅을 기다렸다.
#2. The War, 티켓팅 전쟁과 유례 없는 표 가뭄.
티켓팅 일정은 6월 12일 오후 8시였다. 필자는 거지 같은 시험 일정으로 이틀 후인 6월 14일 하루에 시험 5개를 앞 둔 대학생이었다. 만약 이 티켓팅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한다면 고척돔에 앉을 내 자리가 없다는 불안감과 플미충들을 뚫고 원가 양도를 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5개의 시험을 망칠 확률이 99.9999%였다. 그렇기에 양도와 취켓팅 없이, 내 이름이 새겨진 티켓을 한 번에 쟁취해야만 했다. 수업이 끝나고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주 가는 PC방 근처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심장 박동은 거세졌고 손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집중이 안되지만 최대한 집중된 척 공부를 마치고 7시에 비장하게 카페를 나섰다.
평소 하던 대로 티켓 예매 창을 켜고 대기를 했다. 역시 대국민 티켓팅답게 벌써부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yes24, yes24 공연 등이 치고 올라왔다. (이젠 주소 외울 때도 됐잖아요… 아니면 구글링을 합시다…) 사실 필자는 티켓팅을 잘하는 편으로 이번에도 성공적인 티켓팅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콘서트, 무대인사, 뮤지컬, 합동 콘서트 등의 꽤 괜찮은 자리의 모든 표들을 필자의 손으로 직접 잡았기 때문이다. 나름 티켓팅을 잘하는 편이라서 지인들의 용병이 되어주고 있다. 오전에 잠시 예매창이 열리는 피가 식는 기분이 들게 하는 예스 24의 치명적인 실수가 있긴 했지만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다. 여태 그랬듯이 용병 없이 티켓팅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이번 티켓팅은 굉장히 애를 먹게 했다. 일단 새로 생긴 예매 대기 시스템(을 가장한 차단 페이지 팝업)과 보안 코드 입력의 제거, 그리고 직링 봉쇄 때문이었다. 뭐 전자는 원래 예스 24에서 하던 차단과 다름이 없었지만 보안 코드 입력창을 없앤 것은 큰 실수였다. 필자는 이 때문에 매크로와 업자들이 유독 좋은 자리를 많이 잡았다고 추측 중이다. 그리고 예스 24에서는 직링이라는 그저 또 다른 예매창 접근 방법을 제한하였다. 물론 이번 티켓팅에서도 직링 또한 케바케, 사바사로 뚫리긴 했었다. (제한할 거면 똑바로 제한 하세요…)
이번 티켓팅을 한 줄로 평한다면 차단 뚫린 사람들 간의 스피드 전이었다. 필자도 당연히 차단을 당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8시 10분 쯤에 들어갔었지만 이미 좋은 자리들은 많지 않았다.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의 연속이었다. 마우스를 잡은 손에서 땀이 삐질삐질 새어나왔다. 이러다가는 4층조차도 갈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여 첫콘과 막콘 모두 4층을 잡았다. 막상 티켓팅이 끝나고 나니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비록 고척돔 4층에 가게 되었지만 엑소 콘서트는 가는 사람이 위너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필자는 작년에 모두 고척 그라운드석에 갔기 때문에 좌석에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 티켓팅을 마치고 원래는 트위터에 양도와 교환글이 많아야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독 양도 및 교환이 적었다. 작년 엘리시온도 표 가뭄이라 불렸지만 이번 엘리시온 닷은 정말 정말 정말로 표 가뭄이었다. 아마 업자들의 표 매수 때문이라고 추측은 하지만 진짜 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는 정도 만큼 양도가 나왔다. 트위터에 원가 양도 트윗이 올라오면 몇 초 만에 몇 십명의 사람들이 멘션을 보냈다. 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트위터와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하며 양도글을 확인했지만 나에게 기회는 없었다. 많은 에리들이 이번에는 유독 티켓 씨가 말랐다는 의견을 내는 가운데 표를 프리미엄 가격을 붙이고 판매할 수 있는 사이트인 티켓 베이에는 버젓이 명당 자리를 비롯한 여러 좌석들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올라와서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에스엠과 예스 24는 팬들의 자발적으로 다량의 프리미엄 티켓들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표를 취소시키지 않았다. 며칠 후 업자를 통한 대량의 표 매수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서 팬들은 에스엠과 예스 24의 방관적인 태도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3. 드레스 코드? 에리디봉? 망원경? 콘서트 갈 준비.
여태까지 거의 모든 엑소 콘서트에서 팬들이 주도하여 엑소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이번에는 ‘엑소 행복 연구소(@exo-lab)’라는 엑소 독려 계정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드레스 코드 이벤트라는 신박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각 콘서트마다 앨범 아트를 참고하여 첫콘은 빨간색, 중콘은 파란색, 막콘은 검정/흰색 계열의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여 드레스 코드를 맞추자는 이벤트였다. 이벤트가 공개되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엑소엘들은 자신이 가게 될 콘서트의 드레스 코드를 맞추기 위해 쇼핑을 시작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는 오로지 첫콘을 위해서 잘 착용하지도 않는 빨간색 반다나와 옷장 속에 한 장도 없는 빨간색 티셔츠를 구매하였다. 필자가 가게 되는 첫콘과 막콘의 드레스 코드를 생각하며 매일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골랐다.
사실 필자는 그렇게 준비성이 철저하지 않기 때문에 콘서트 출발 직전에 가방을 싼다. 드레스 코드에 맞춰서 옷을 입고 필자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엑소의 공식 응원봉인 에리디(EXO-L+LED) 봉이다. 콘서트에서 응원봉이 없으면 아마 손이 가장 주체가 안 될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보면 나오는 폭력성을 응원봉을 흔듦으로써 다스릴 수 있다. 에리디 봉에 들어갈 건전지 또한 챙긴 후 챙긴 물건은 나시카 망원경이다. 사실 고척돔은 시공간이 뒤틀린 곳이기 때문에 작년에 그라운드 갔을 때도 망원경을 챙기긴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티켓을 비장하게 챙겼다. 응원봉과 망원경 없이 콘서트를 즐길 수 있지만 티켓 없이는 입장 조차 불가능하다. 평소 건망증 수준으로 깜빡깜빡하기 때문에 파우치에 티켓을 넣고 최소 5번은 확인하고 고척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반드시 여름 콘서트에 들고 가야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물, 작은 물병이라도 꼭 들고 가야 한다. 사실 여름에 콘서트를 가는 것이 처음이라서 첫콘에 물병을 안들고 갔었는데 지옥 불구덩이를 방불케 하는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막콘에는 시원한 물을 가장먼저 챙겼더라는 후문…. 여름 콘서트를 가는 모든 분들이 제발 제발 물을 들고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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