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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댕댕군

<퀸덤>에서 왕으로 군림한 AOA


 2019년 9월 12일에 방영된 Mnet <퀸덤> 3화에서 AOA의 무대가 큰 화제가 되었다. AOA는 데뷔 당시 당시 FNC 엔터테인먼트 소속 선배 그룹들과 같이 밴드형 아이돌인 동시에 퍼포먼스까지 가능한 걸그룹이었다. 그러나 용감한 형제가 프로듀싱한 <짧은 치마>의 대성공으로 인 해 AOA는 본격적으로 섹시 노선을 타기 시작했고, <단발 머리>, <사뿐사뿐>, <심쿵해>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FNC 엔터테인먼트

AOA가 대세 아이돌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당시, 이들의 팬덤은 ‘극남초’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흔히 남성들의 판타지라고 하는 것들을 <단발 머리> 컨셉에 녹여냈고, 이들의 히트곡 속 가사들의 경우 – 단발머리하고 그댈 만나러 가 -, - 짧은 치 마를 입고 근데 왜 하필 너만 날 몰라주는데 -, - 너에게 사뿐사뿐 걸어가 장미꽃을 꺾어서 그대에게 안겨줄거야 -, - 오 나의 왕자님 어디를 보나요 바로 여기 내가 있는데요 – 등과 같이 사랑에 빠진 후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서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 출처: Mnet <퀸덤> 3화

그러나 <퀸덤> 3화 속 <너나 해>를 커버한 AOA의 모습은 이전의 AOA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해당 무대 속 AOA는 수트를 정석으로 갖추고 있었고, 하이힐이 아닌 정장 구두를 신고 있다. 가사 역시도 기존 AOA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어리석게 너에 게만 맞춰왔던 게 날 괴롭히네 -, - 이젠 나도 내 앞길 챙기지 너 없다고 무너질 내가 아니니 – 와 같이 청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가사가 아닌 주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마마무의 곡을 적극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AOA의 래퍼 지민은 –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 /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 와 같이 기존 곡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사를 새로 더했다. 한국 음악에서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표현이 굉장히 많았고, 문학 및 음악 내 여성 혐오적 표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이러한 표현은 문제시 되고 있다. 지민은 이러한 기존의 통념을 비꼬아 자신은 꽃이 아닌 나무라고 이야기한다.


 AOA <너나 해> 커버 무대가 이렇게나 열광을 받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고정적이었 던 남성 팬덤을 넘어 여성에게까지도 말이다. 이는 걸그룹, 특히나 섹시 컨셉의 걸그룹에서 생기는 딜레마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볼 수 있다. 섹시 컨셉은 걸그룹과 보이그룹 모두가 자주 시도하는 스타일이며 동시에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쉬운 활동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같은 섹시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우상화'가 되는 보이그룹과는 다르게 걸그룹의 섹시는 주로 '대상화'된다. 한 마디로 걸그룹의 섹시 컨셉은 대중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인 건 사실이나, 보이그룹과 달리 온라인 상에서 슬로우를 걸어 신체 부위를 강조한 움짤을 만든다거나 성희롱을 하는 게시물과 댓글이 달리는 등 성적 대상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종의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AOA 또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걸그룹이지만 이러한 딜레마의 굴레 속에 있었던 그룹이다. 하지만 이들이 <퀸덤>을 통해 걸그룹 산업이 원하는 AOA의 모습이 아닌, 본인들이 진정으로 하 고 싶었던 무대들을 직접 기획하고 대중들 앞에서 선보였다는 점에서 <너나 해> 무대는 더욱 특별하다.


사진 출처: AOA 혜정 인스타그램

지큐 인터뷰에서 멤버 설현은 ‘데뷔 초에 신체 일부분만을 집요하게 확대한 움짤이라든지,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불합리함과 불쾌함을 느꼈고, 이러한 일들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마음이 아파 앞으로 바꿔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통해 AOA 그들 자신들도 위와 같은 딜레마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점차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방송을 통해 AOA 리더 지민이 무대의 방향성, 의상, 퍼포먼스, 무대 장치 등을 하나하나 기획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곡에는 없는 지민의 새로운 랩, ‘내 멋대로 할래’ 파트의 유리를 부수는 듯한 퍼포먼스와 깨지는 효과음, 정장을 갖춰 입은 AOA와는 대조되게 노출이 심한 옷과 하이힐을 신은 보깅 댄서들, 그리고 무표정하고 당당한 눈빛의 엔딩은 <너나 해> 무대가 단순한 커버 무대 그 이상의 서사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럼 대중인 우리는 AOA의 <너나 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이 무대를 단순히 ‘멋있다’라는 평가 아래 멋진 수트 핏과 외모에 대해서만 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AOA에게 많은 히트곡들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멤버들의 보컬 역량과 음색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필자 역시 그랬다. 이는 이전까지 가수가 본업인 이들을 대하는 대중들이 그 목소리에 집중하기보다는 외적인 것에만 주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AOA가 지나온 발자취와 이와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더 유의미했던 <너나 해> 무대의 서사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동안 우리가 걸그룹을 소비했던 방식에 대해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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