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매력을 셀링 포인트로 삼는 아이돌은 좋은 음악을 발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 산업을 넘어 패션, 게임, 식료품, 문구 등의 산업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중이다. 소속사는 아이돌 그룹의 독자성을 일종의 브랜드화하며, 아이돌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 산권)를 활용하여 여타 산업 분야와의 다양한 이해관계 아래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단순히 로열티를 얻는 것을 넘어 홍보 및 아티스트의 브랜딩 강화까지 하고자 한다. 아이돌 IP 활용에 있어서 좁은 범위로는 이들의 초상권 및 상표를 활용한 공식 굿즈 발매, 더 넓은 범위로 볼 때는 다른 사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SM의 경우 이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소녀시대 팝콘’, ‘샤이니 탄산수’, ‘엑소 손짜장’과 같은 식료품을 만들었다. 방탄소년단과 라인 프렌즈의 적극적인 협업이 낳은 BT21도 이의 사례로 볼 수 있다. BT21은 멤버 본인이 직접 디자인 스케치에 참여했고 이들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성하여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를 넘어 대중들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2019년 9월 18일에 컴백한 드림캐쳐의 새 앨범 또한 위와 같은 아이돌 IP와 타 산업과의 콜 라보레이션의 사례이다. 드림캐쳐는 게임 <킹스 레이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고, [Raid of Dream]이라는 앨범으로 컴백했다. 아이돌과 게임의 조합은 많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조합이다. 이전부터 아이돌의 IP를 게임에 접목시켜 아이돌이 직접 광고를 하거나 ost에 참여하고, 실제 아이돌 멤버와 닮은 캐릭터를 개발하는 예는 빈번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림캐쳐와 킹스레이드의 컬래버레이션이 이전 사례보다 더욱 독특하게 다가오는 것은 세계관의 측면에서 긴밀한 관계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드림캐쳐는 2017년 1월 13일에 데뷔한 락 메탈을 기반으로 한 다크 컨셉의 걸그룹이다. 락 메탈을 기반으로 했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음악이 연상된다는 점이 드림캐쳐 타이틀곡의 가장 큰 특징이다. 데뷔 당시 이들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악몽'이라는 아이템으로 구축한 방대한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아이돌 시장에서 블루오션인 락 메탈을 시도함과 동시에 악몽이라는 호러 컨셉을 혼합한 드림캐쳐의 아이덴티티는 차별성 있는 유일무이한 컨셉으로 주목받았다. 데뷔 앨범인 <Chase Me>에서 시작한 악몽 세계관은 바로 전작인 <PIRI>에서 종결되었으며 이후 이들의 소속사인 드림캐쳐 컴퍼니는 후속작의 세계관으로 실존하는 게임의 세계관을 선택했다.
드림캐쳐 컴퍼니가 선택한 <킹스 레이드>는 베스파(Vespa)라는 회사에서 제작한 RPG 게임으로, 던전 형식의 스테이지에 입장하여 게임이 진행되며 성검을 지닌 용사가 마왕을 막기 위해 떠난다는 왕도적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드림캐쳐의 <Deja Vu>의 뮤직비디오는 <킹스 레이드>의 '챕터 9 판데모니움'의 엔딩 스토리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당 챕터는 큰 반전과 충격을 주는 서사로, 게임 전개 상 중요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게임 내적인 요소로는 전사, 기사, 사제. 마법사 등의 캐릭터로 이뤄진 판타지적인 세계관과 이러한 세계관을 극대화시켜주는 높은 퀄리티의 캐릭터 작화와 모델링, 극적인 스토리라인이, 그리고 외적인 요소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성공했다는 사실과 중소기업에서 만든 게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통해 구글 플레이 매출 5위까지 달성했으며 각종 상까지 수상했다는 점이 컬래버레이션에 있어서 매력적인 요소로 어필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드림캐쳐 <Deja Vu> M/V
컬래버레이션의 결과물은 9월 18일에 발매한 드림캐쳐의 스페셜 미니 앨범 [Raid of Dream]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킹스 레이드>의 제작사인 베스파와 드림캐쳐 컴퍼니는 세계관을 100% 도입하기보다는 드림캐쳐를 기존 세계관에 녹여내는 형식으로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으며, 양쪽 팬의 부정적 반응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시키기 위해 음악적인 면에 가장 집중했다고 한다. 이전까지의 드림캐쳐의 음악들은 만화 OST를 연상시키는 심장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빠른 드럼 비트와 강렬한 일렉 기타 리프를 통해 록 메탈과 케이팝의 장르적 콜라보를 보여줬다. 반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Deja Vu>는 도입부에서 후렴구 직전까지 는 발라드의 느낌이 강하게 나타나고 화려한 스트링 사운드가 더해진 다음 후렴구부터는 다시 드림캐쳐의 주 무기였던 록 메탈로 장르가 전환되는데, 이는 발라드 감성이 담긴 곡을 원했던 베스파와 드림캐쳐의 기존 감성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가사의 경우 <킹스 레이드>의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사제 프레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며 이는 베스파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킹스 레이드 버전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사를 좀 더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Deja Vu>의 뮤직비디오는 <킹스 레이드> 챕터 9 ‘판데모니움’과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해다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키워드인 ‘의심, 혼란, 반전’을 활용해 <킹스 레이드>가 연상될 수 있는 기사와 왕족 등의 메타포들을 멤버들에게 녹여냈다.
따라서 드림캐쳐는 그룹만의 색깔을 유지하되, 게임과의 적절한 관계성은 유지하여 독자적인 세계관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임에 처음 도입된 이야기를 음악과 뮤직비디오라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킹스 레이드> 자체적인 세계관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 베스파 측은 일본에서 <킹스 레이드> IP를 활용한 TV용 애니메이 션을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게임과 TV용 애니메이션, 그리고 드림캐쳐 이 세 개의 플랫 폼의 개별 텍스트가 합쳐져 <킹스 레이드>의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시장에서 세계관이란 팬덤을 유입할 수 있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많은 아이돌 그룹에 세 계관을 도입했다. 그러나 완성도 있는 세계관은 사랑을 받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하기만 하다며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물론 드림캐쳐의 경우 악몽이라는 탄탄한 세계관으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후속작으로 자체적인 세계관 기획이 아닌 이미 탄탄한 세계관을 IP로 가지고 있는 <킹스 레이드>와의 협업을 선택하여 드림캐쳐의 독특한 세계관이라는 강점은 유지하고 안정성은 높였다.
그럼 <킹스 레이드>에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까. 스토리텔링 게임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의 완결을 본 이후의 재접속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때 <킹스 레이드>는 드림캐쳐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의 게임 유저들이 아닌 드림캐쳐의 세계관을 자세히 이해하고자 하는 팬들을 새로운 타깃으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네이버의 키워드 검색량을 살펴볼 때, 드림캐쳐가 컴백한 9월 18일 이후 <킹스 레이드>의 검색량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위 자료를 통해 이번 협업이 <킹스 레이드>에 대한 유 저 유입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드림캐쳐의 앨범은 정식적으로 세계관을 도입했다기보다는 티저처럼 미리 선보이는 스페셜 앨범이다. 앞으로 드림캐쳐가 그려낼 <킹스 레이드>의 세계관은 어떠할지 기대가 되며, 이를 기점으로 아이돌 산업과 게임 산업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https://1boon.kakao.com/thisisgame/news001359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5511821&memberNo=1125 55 30 https://bbs.ruliweb.com/news/read/127729 http://naver.me/Giij53ig
https://brunch.co.kr/f9cb10d3-d075-412d-b967-9b0a11358044
https://brunch.co.kr/51efce15-ec2f-45b3-bd82-d1596c0fb252
https://brunch.co.kr/82f09d80-9b0f-4a30-bd68-389bce62cf4a
https://brunch.co.kr/bc57e065-9ac7-4d6d-bc01-112289cc809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