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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Plum Sugar

구구단의 ‘원더랜드’는 왜 보이지 않는가?

며칠 전, 구구단의 멤버 세정이 솔로 앨범인 '화분'을 발매했다. 홍보 차원에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에도 출연해 혼자 살아가는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큰 호평을 받았는데, 여기서 필자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숙소 생활을 정리하고 '독립'했다는 점. 보통 아이돌 그룹의 경우 스케줄 이동의 편의성이나 멤버들끼리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한 숙소에서 서로 같이 생활하며 지낸다. 숙소 생활을 끝낸 아이돌도 물론 존재하지만, 대부분 단체 활동이 꾸준하며, 연차가 쌓여 멤버들이 충분히 친밀하고 어느 정도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아이돌이 대다수다. 하지만 세정이 속해있는 구구단은 2016년 데뷔로 아직 활발하게 활동해야 하는 5년차 가수이지만, 단체 활동은 2018년 11월이 마지막이다.


구구단은 데뷔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그룹이었다. 기존에 있던 걸그룹들의 이름과는 다소 결을 달리해 큰 호불호가 갈렸던 팀명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 큰 인기를 모은 3명, 김세정과 강미나, 그리고 김나영이 속해있기 때문이었다. 김세정과 강미나는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팬층을 쌓아 각각 2위, 9위로 최종 데뷔에 성공했고, 김나영은 아쉽게 데뷔에는 실패했으나 '센터의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등의 칭찬을 받으며 파이널 무대까지 가는 등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렇게 높은 인지도와 출중한 멤버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왜 내는 노래마다 아쉬운 성적을 내며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단체 활동이 없다시피 하는 것일까.

출처: 구구단 공식 트위터


겸업 활동이 불가능했던 다른 프로듀스 시리즈와는 다르게, 프로듀스 시즌 1은 유일하게 아이오아이 활동과 본 소속사 그룹 활동의 병행이 가능한 시즌이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싶었던 소속사들은 속속들이 컴백을 앞당기고, 데뷔를 시키면서 아이오아이의 인지도를 최대한으로 살리고 싶어 했다. 이런 분위기에 구구단의 소속사인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역시 발 빠르게 나섰다. 그렇게 들고 나온 노래가 바로 'Wonderland'. 김세정과 강미나의 화제성이 구구단으로 집중되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보다 반응은 저조했다. 인어공주라는 신선한 컨셉이었지만 노래만 겨우 호평을 받았을 뿐 '왜 비닐 옷을 입히냐' 라고 할 정도로 옷에 대한 혹평이 난무했고, 멤버들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안무마저 아쉽다는 평이 다수였다. 데뷔 초반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멤버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컨셉을 잡아 데뷔를 시켰어야 하지만, 프로듀스 시리즈의 화제성을 이어보고자 너무 급하게 데뷔를 밀어붙인 티가 여실히 나는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되려 두 번째 앨범이었던 ‘나 같은 애’처럼 실력이 좋은 멤버들의 보컬을 보여줄 수 있는 곡으로 데뷔해야 했다는 반응도 있다. 결과적으로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 부족이 여실히 눈에 보이는 데뷔 프로젝트였기에, 보석 같은 멤버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는 소속사에 대한 아쉬운 반응이 컸다.


출처: 구구단 공식 홈페이지


구구단의 데뷔 반응은 좋지 않았지만, ‘극단’ 이라는 데뷔 컨셉은 착실하게 지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의 작품을 자신들만의 색으로 재구성해 표현하는 하나의 극단이라는 신선한 컨셉을 가지고 인어공주, 나르시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장화 신은 고양이, 오션스 8 등 다양한 영화, 소설, 명화에서 모티브를 삼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컨셉을 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는 그룹의 특정한 이미지가 없이 방향성을 잃어버린 느낌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소속사 선배인 빅스가 '컨셉돌' 로 인기를 끌고 성공했기 때문에 이것을 구구단에도 이용하려는 소속사의 마음 또한 이해가 가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컨셉을 그룹의 개성으로 만들어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빅스와 구구단은 다르다. 극단이라는 컨셉을 잡아 다양한 명작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고 있지만, 이것이 다른 걸그룹과 특별한 차별점이 있는가를 생각하면 의문점이 남는다. 작품들을 재해석해 자신들의 색으로 표현한다는 포부는 좋았지만, 정작 중요한 곡과 안무에는 모티브로 잡은 작품들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큰 임팩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이너틱하고 무난하기만 한 노래에 대중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컨셉과 대중의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다 놓쳐버린 것이다.


솔로 활동, 연기, 연극 등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활발해 '곧 단체 활동을 하겠지'라고 행복 회로를 돌릴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 상황은 어둡다. 멤버 개개인이 개인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탓도 있지만, 멤버 샐리가 중국 활동을 활발히 하며 중국의 프로듀스 시리즈인 '창조영 2020'에 출연을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서 단체 활동은 언제일지 미지수가 되어 버렸고,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완전체'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멤버들 모두 실력이 좋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활동인 ‘The Boots’와 ‘Not That Type’처럼 당당하고 고급스러운 멋짐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빨간 모자를 컨셉으로 잡았다면, 빨간 모자가 가진 이미지보다 빨간 모자가 늑대를 해치우고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컨셉으로 잡는 것이다. 구구단과 같은 년도에 데뷔한 다른 그룹들(블랙핑크, NCT, SF9 etc...)이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팬덤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기획력이 조금 더 발전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역량이 구구단 멤버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구구단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고, 홍보와 프로모션을 비롯한 꾸준한 푸쉬가 필요하다. 구구단 멤버들이 팬들에게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일이 없도록, 좋은 노래로 임팩트 있는 컴백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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