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듣는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 - 남자 편”에 이어서 여자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1세대 아이돌이었던 핑클의 옥주현, S.E.S의 바다를 비롯하여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이 입지를 다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뮤지컬 배우로서 인생 제2막을 열었고 여전히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세대 아이돌 이후에도 많은 K-POP 아티스트들은 뮤지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같은 방식으로 활동하는 남자 아티스트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 글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하는 여자 K-POP 아티스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1. Apink 정은지
정은지는 2011년 Apink로 데뷔하여, ‘몰라요’, ‘NoNoNo’, ‘Mr.Chu’ 등 많은 히트곡을 내세우며 인기를 얻었다. Apink는 청순하고 순수한 컨셉트의 이미지로 활동하였고, 최근까지도 ‘D N D’로 활동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2012년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하였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주연을 맡아 ‘성시원’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라는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 이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였고, 최근 <술꾼도시여자들>이라는 드라마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뮤지컬 활동 역시 눈에 띄는데 2012년 <리걸리 블론드>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하여 <풀 하우스>, <그레이트 코멧> 등에서 활동하였다.
실제로 필자가 정은지가 출연한 <그레이트 코멧>을 봤었는데, 연기력과 가창력이 정말 너무 조화롭다고 느껴져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특히, <그레이트 코멧>에서 ‘나타샤’ 역을 맡았었는데, 자신만의 분석을 통해 그 역할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소화했을 뿐 아니라, 정은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뮤지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또한, 뮤지컬 배우로서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딕션’이 상당히 좋아 대사부터 가사까지 정확히 들려 그의 연기력과 가창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러나 2021년 <그레이트 코멧> 이후, 뮤지컬 무대에 서지 않고 있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연기력을 한 번에 듣고 보고 즐길 수 있는 무대는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스크린 활동뿐 아니라 무대에도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키스&크라이 / 마틸다 해나
해나는 2014년 1월에 ‘키스&크라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하였지만, 그해 5월 ‘나쁜 여자’ 음반 활동 이후에 팀 활동은 없었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팀은 해체가 되었다고 한다. 팀 해체 후, 해나는 슈퍼스타K6에 참가하여 TOP11까지 진출하였으며, 2016년에 ‘마틸다’라는 그룹으로 재데뷔하며 활동을 하였다. 2019년까지 마틸다는 해체하였고, 그 이후에는 뮤지컬 배우로서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그녀는 2017년 <위대한 캣츠비>의 선 역으로 데뷔하였고, 그 이후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 해리스 역,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역, <모차르트!>의 콘스탄체 베버 역, <프랑켄슈타인>의 줄리아/까뜨린느 역 등 대극장 뮤지컬의 주연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그녀는 현재 뮤지컬 배우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뮤지컬 덕후들 사이에서도 인정하는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다.
한 인터뷰에서 해나는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저는 ‘오디션 한 번 볼까?’가 아니라 이 작품을 왜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요.”라고 답했는데, 이를 통해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필자가 2022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봤을 때, ‘아이돌 출신’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서 완벽하게 캐릭터를 연기하였다. 해나의 목소리 톤은 깨끗하고, 고음으로 갈 수록 단단하고 힘이 있어 감정표현에 상당히 강점을 보였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사람 중에 가장 기대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그 역할에 몰입하게 만들고 무대를 보는데 있어 우리에게 쾌감을 선사해준다. 아직까지 해나의 뮤지컬을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관극하길 바라며, 앞으로도 해나가 뮤지컬 배우로서 더 많은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3. 레드벨벳 웬디
웬디는 2014년 레드벨벳으로 데뷔하여 ‘행복(Happiness)’, ‘Ice Cream Cake’, ‘러시안 룰렛’, ‘RBB’, ‘Queendom’ 등 데뷔곡부터 히트곡들을 연달아 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최근까지도 ‘Chill Kill’로 활동하였으며, 그 이외에도 많은 OST와 피처링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알렸다. 그 뿐 아니라 ‘웬디의 영스트리트’라는 프로그램의 라디오 DJ로 2년 정도 활동을 하였고, 애니메이션 영화 더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그녀의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녀는 2023년 뮤지컬 <레베카> 나 역으로 데뷔를 하였다. ‘막심 드 윈터’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되는 ‘나’ 역은 웬디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해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첫 뮤지컬이 대극장 뮤지컬이라는 것, 10주년 기념 <레베카> 공연이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 처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누구보다 나 역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웬디의 공연을 본 사람들이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볼 수 있을 만큼 실력파라고 하며, 소리보다 감정 전달이 더 중요한 뮤지컬에서 웬디는 그 점을 잘 살렸다고 말한다.
4. 러블리즈 Kei
Kei는 2014년 11월에 러블리즈로 데뷔하였고, 청순 컨셉트와 모든 멤버들이 보컬적인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러블리즈는 ‘라이블리즈(Livelyz)’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다양한 라이브를 소화하였고, 그 주축에는 메인보컬 Kei가 있다. 맑고 청명한 목소리를 가진 Kei는 러블리즈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 앨범 <Over and Over>을 발매하였다. 또한, 최근 엠넷 <퀸덤 퍼즐>을 통해 선발된 ‘EL7Z UP’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하며 아이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Kei는 아이돌로서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뮤지컬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2017년 뮤지컬 <서른 즈음에>에서 옥희 역으로 데뷔를 하였다. 뮤지컬 <ON AIR-비밀계약>의 Kei 역, <태양의 노래>의 서해나 역, <엑스칼리버>의 기네비어 역, <데스노트>의 아마네 미사 역 등을 맡아 활동하며 다작을 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다. 특히, <데스노트>의 아마네 미사 역은 ‘Kei’라는 사람을 뮤지컬 배우로 각인시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마네 미사 역은 작품 속에서 인기 아이돌 가수 미사미사로 활동하고 있는 캐릭터이기에 그녀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와 성격을 투영한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Kei는 1월 24일에 개막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페뷔스’ 역을 맡아 또다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로,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프랑스에서 초연 이후 25년 넘게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녀는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를 통해 뮤지컬에 대한 애정과 뮤지컬 배우로서의 실력을 입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5. 구구단 세정
세정은 2016년 5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통해 I.O.I로 데뷔한 후, 2016년 6월 구구단으로도 데뷔하였다. 최근 세정은 ‘학교 2017’, ‘사내맞선’,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등 많은 드라마에서 열연하여 배우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솔로 앨범 발매 등 다양한 방면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2020년 뮤지컬 <귀환>이라는 군뮤지컬로 데뷔하였다. 그 이후 2021년 <레드북>에서 ‘안나 노크’ 역을 맡아 소화하였는데, 지금까지 필자가 본 레드북 ‘안나 노크’ 역 중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수적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작가로 발돋움하는 여성 ‘안나’라는 캐릭터 자체의 통통 튀는 성격과도 잘 어울렸지만, 깨끗하고 힘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켰던 것 같다. 안나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자기 자신을 믿고 성장해 내가는 캐릭터인데, 세정 특유의 고음으로 갈 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발성으로 캐릭터의 의지와 성장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레드북> 이후 연극 <템플> 이외에 뮤지컬 무대에는 서지 않고 있는데, 꼭 많은 뮤지컬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은 뮤덕들도 인정하는, 그리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여자 K-POP 아티스트에 대해서 소개해보았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K-POP과 뮤지컬’ 시리즈를 마무리해 보려고 한다. 1세대 아이돌부터 현재 5세대 아이돌까지 많은 K-POP 아티스트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그들의 팬들에게, 뮤지컬 덕후들에게,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K-POP 아티스트들의 티켓 파워로 인한 캐스팅이 아니라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K-POP 아티스트들을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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