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XT 공식 위버스
올해로 6년 차가 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맏형이자 올라운더 멤버인 ‘연준’이 솔로 가수로서 첫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룹 활동을 성실히 이어가고 있었기에, 연준의 첫 솔로 소식은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큰 설렘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은 소문난 춤꾼이자 빅전연 (빅히트 전설의 연습생)이란 별명을 가진 실력파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6년 차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솔로 가수로 전환점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주얼, 랩, 춤, 모든 방면에서 올라운더인 연준이라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섰다. 무엇보다 컨셉이 뚜렷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팀의 특성상, 개인의 개성을 보여주는 데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도 있었을 터이니 더욱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연준의 첫 솔로 앨범 ‘GGUM’은 필자에게 연준이란 아티스트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 내가 누군지 궁금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연습생 때 힙합만 췄다고 언급할 만큼, 힙합에 근간을 두고 있는 그룹이다. 멤버들에 의하면 처음 데뷔곡을 받았을 때 예상과는 다른 청량한 음악이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소년미 넘치는 현재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일화이겠지만, 멤버들에겐 가히 힙합의 피가 흐른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주로 랩 포지션을 맡고 있는 연준은 이 장르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능력치를 가진 멤버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연준 또한 힙합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음악에 대한 욕망을 꾸준히 비쳐 왔다.
GGUM은 연준이 그동안 품어온 음악적 열망이 모여 제작된 믹스테이프 앨범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청량한 모습만을 봐온 이들이라면, 그가 이 그룹의 멤버였다는 사실을 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힙하고 키치하다. 과하게 보정된 기계음과 연준의 독특한 랩핑이 오가는 GGUM은 리스닝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일레트로닉한 비트 속, 노래 제목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훅은 중독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껌질겅을 따라 부르게 되는 매력이 있달까? 한국 대중에게는 다소 매니악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이긴 하나, 일각에서는 최근 케이팝 가수들의 솔로곡 중 가장 힙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는 꽤 호평이 이어졌다.
출처: YEONJUN's Mixtape Intro Film 캡처본
하지만 힙합이라는 음악적 장르와 껌이라는 가사 소재만 보고 이 곡을 마냥 신나는 노래로만 받아들이다면 오산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들 사이에서 이 곡의 진짜 제목은 꿈이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문법적으로 맞는 표현은 아니겠지만, 곡 제목을 다르게 보면 꿈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이러한 시각이 과대 해석 같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후 가사를 보고 단번에 납득이 갔다. 껌은 단순 소재일 뿐, 그 기저에는 연준의 꿈을 향한 열정과 무대에 대한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넣어 둬 겸손 when I’m on the floor
모두 run with me 향해 더 위
혼자 아닌 내 곁엔 ma team
몇 번이고 쳐 봤기에 down down down
이 바닥에 stick
버텨 냈고 난 go for 다음 다음 다음
-연준 ‘GGUM’ 가사 中-
한편으론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란 이유로 받아야 했던 금수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흥미나 라임을 더 생각한 가사이기 때문에 연준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진솔함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그동안 연준을 보며 느껴온 프로페셔널함과 때로는 소신 발언도 할 수 있는 똑부러지고 당당한 이미지가 음악의 기저를 담당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이 아닌, 개인으로서 연준은 어떤 아티스트인가를 생각하고 GGUM을 듣는다면, 더 재밌게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저 이 퍼포먼스 해야 할 것 같아요"
GGUM의 가장 큰 묘미는 사실 퍼포먼스이다. 안무가 공개되고 상당히 평가가 갈리기도 했지만, 연준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는 사실만은 이견이 없다.
특히 연준이 무릎이 멍들도록 연습한 스플릿은 케이팝에서 거의 처음 접해보는 높은 수준의 안무였다. 2절 후렴구에만 등장하는 스플릿을 보기 위해 매 무대를 다 챙겨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전체적으로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한 안무들로 구성해 연준의 춤 실력을 돋보였다. 평소 춤이라면 자신감을 보였던 연준도 느낌을 살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언급할 정도다. 풀버전의 퍼포먼스를 봐야 더 멋있는 이유도 플레이어의 개성이 담긴 안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됐을 때 주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이돌보다는 댄서의 퍼포먼스 같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이 오히려 연준이 의도한 바가 아닌가 싶다. 전문 댄서 옆에서도 밀리지 않는 아티스트, 그것을 증명해 냈으니 말이다. 또한 자신의 개성을 살려 춤추는 것이 복잡한 동작을 따라 하는 것보다 더 고차원의 영역임을 생각해 보면, 연준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완성한 격이다.
그럼에도 이번 퍼포먼스가 호불호가 갈렸던 이유는 챌린지 때문이다. 후렴구로 이루어진 챌린지는 스플릿이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두 가지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하나는 쉽게 따라하기 힘든 안무라는 이유로, 나머지 하나는 비호감이라고 비판받았다. 물론 안무에 대한 아쉬운 피드백은 공감한다. 춤으로 인기를 끌었던 멤버인 만큼, 더 대중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챌린지에 등장하는 특정 동작 때문에 퍼포먼스 자체가 평가절하 당한다면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챌린지 영상에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풀버전의 퍼포먼스를 볼 것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퍼포먼스는 챌린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좋은 안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이다.
출처: 인기가요 현장 포토
이러한 부정적인 피드백이 더욱이 안타까웠던 이유는 일부 난도 높은 동작들은 지금이 선보이기에 가장 적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장 젊고 에너지 넘칠 때, 한 동작이라도 더 빡센 안무를 보여주고 싶은 연준의 바람이 느껴졌다. 아티스트가 직접 선택한 안무인 만큼, 동작에만 집중하기보다 그가 무대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새로운 모습에 더욱 주목해 주길 바랄 뿐이다.
| 주어진 기회를 완벽하게, 그리고 재밌게
믹스테이프는 아티스트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앨범 형태이다. 그 때문인지 GGUM의 제작기도 상당히 궁금한 요소였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예상하듯 활동이 마무리될 무렵, 메이킹 필름 3부작을 공개했다. 현장 스케치나 녹음 비하인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꾸준히 내세운 콘텐츠이지만, 믹스테이프 제작기답게 이번 메이킹 필름은 무게부터 남달랐다. 비하인드 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출처: TXT 공식 X
GGUM이 연준, 그 자체일 수 있었던 비결은 메이킹 필름에서 나타난다. 반항기 가득한 인트로덕션 필름과 뮤직비디오는 연준의 미감을 돋보이는데 가히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방황하는 청춘을 연상하는 홍콩 영화 재질의 인트로덕션 필름과, 뮤직비디오 속 손가락 욕을 하는 일탈적인 모습들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영상 콘텐츠가 주는 와우 포인트들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메이킹 필름을 본 이후, 이것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퀄리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YEONJUN’s Mixtape: GGUM’ MAKING FILM #3 캡처본
메이킹 필름에서 연준은 해외 투어를 소화하는 와중에도 온전히 나만의 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혼자 힘으로 뮤직비디오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스타일링 하나에도 신경 쓰는 모습은 그가 작업에 얼마나 큰 애착이 있는지가 느껴졌다.
출처: ‘YEONJUN’s Mixtape: GGUM’ MAKING FILM #3 캡처본
메이킹 필름 속 연준은 GGUM이 자신에겐 100%인 앨범이지만, 대중들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그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비로소 GGUM의 진정한 가치가 와 닿는 기분이었다. 글의 후반부에 메이킹 필름을 소개하는 이유도 GGUM의 마지막 조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철저히 대중의 입맛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 대중 음악의 숙명이지만, 가끔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쉬어 가는 것도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콘텐츠였다. 성적과 관계없이 아티스트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고 즐겼다면, 그것만으로 GGUM은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인기가요 현장 포토
연준에게 GGUM은 큰 도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고 직접 언급한 이유도, 팀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상반된 것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본래 솔로 앨범이란 팀의 색깔과 관계없이 한 멤버의 매력을 돋보이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연준은 여전히 팀의 일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기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선보인다는 것이 한편으론 부담도 됐을 것이다.
필자도 이 시기에 솔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 행보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홀로서기 앞에, 연준은 솔로 가수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주의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미감만을 믿으면서 말이다. 성적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만 집중한 용기는 오히려 GGUM을 빛나게 만들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연준이 향후 정식으로 솔로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면, 어떤 음악과 서사를 들려줄 지 더욱 궁금해질 뿐이다. 솔로 가수로서 연준의 활동은 짧게 마무리되었지만, 우리에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11월 4일, 미니 7집으로 컴백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리고 연준이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나타날지 기대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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