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케이팝을 사랑하는가


 해가 지날수록 케이팝이란 장르를 사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각종 사건, 사고부터 시작해 팬들을 향한 소속사의 갑질,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심적 변화까지. 참 많은 요소가 우리의 덕질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아직 팬들이 케이팝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현대에서 케이팝이 어떤 고유의 매력을 가졌는지 항상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케이팝을 사랑하는 팬들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진행된 <월간 시소: 취향 존중 덕후 NEXT DOOR>였다.


 <월간 시소: 취향 존중>은 공식적으로 지정된 문화도시 부평에서 시행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여러 음악 장르에 대해 부평 시민들과 함께 대화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첫 번째 주제로 현재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볼 수 있는 케이팝이 선정되었다. 미군 기지가 많았던 부평에서 재즈와 대중음악 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이에서 파생된 음악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케이팝이다. 그렇기에 케이팝과 부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케이팝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부평에서 아이돌레가, 케이팝 전문가를 대표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니 영광이었다. <덕후 NEXT DOOR>는 보이그룹 BOYNEXTDOOR에서 차용한 프로그램명으로, 부평 시민들이 마치 옆집에 사는 친숙한 이웃, 또는 친구처럼 케이팝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결정하게 되었다.


 처음 커뮤니티 활동을 제의받았을 때 아이돌레 밖에서의 사람들은 케이팝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케이팝을 사랑하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있는 아이돌레와는 달리, <월간 시소: 취향 존중>은 초, 중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인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가 아이돌레의 견문을 넓힐 더욱 소중한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4주 동안 케이팝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 이야기하며 참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주 모임 시작마다 최근의 신곡을 리뷰해 보는 <WEEKLY KPOP REVIEW> 시간을 가졌고, 음악과 더불어 아이돌, 팬덤, 그리고 케이팝 안에서 발생한 문화 현상에 관해 토론하고 각자의 경험담을 나누었다. 1주 차에는 참여자들마다 즐겨 듣는 음악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자칭 핑크블러드(SM 엔터테인먼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가자는 말 그대로 SM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가져왔고, 엔하이픈과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참가자는 그들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가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고 다른 음악 취향을 가졌지만, 공통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케이팝에 대한 사랑이었다. 모임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할 때, 참가자들의 표정은 열정과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땐 들뜬 목소리가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굿즈나 물품을 가지고 와 관련된 덕질 일화를 소개하는 시간에선, 기뻤던 일을 공유하는 한 참가자의 얘기에 다른 참가자들이 동조를 표하며 같이 기뻐해 주기도 했다. 케이팝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두가 공감하고 감정을 나누는 순간이었다. 3주 차 모임에서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여러분들은 지금이 아닌 미래에도 케이팝을 좋아하실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모두가 ‘그렇다’고 답했다. 케이팝에 한번 발을 들인 이상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강을 건넜고, 케이팝만큼 다채롭고 애정 있는 문화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편으로 프로그램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주제는, ‘현재의 케이팝 위치’에 대해서였다. 서론에서도 말한 것처럼 현재의 케이팝은 말 그대로, 주객전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소비자로서 존중받아야 할 케이팝 문화가 각종 갑질과 논란에 의해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프로그램에 모인 참여자들도 이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케이팝이 엄청난 성장세를 이룬 만큼 음악과 영상뿐만 아니라 뒤따르는 서비스 면에서도 발전을 보여야 하는 것이 많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콘서트에서 지나치게 본인 인증을 시행한다든지, 팬 사인회나 음악 방송을 보러 가서 행동에 과할 정도의 제재를 받는 등 말이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안타까운 기색을 자주 보였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제제가 심하지 않았다며, 현재 케이팝의 의식 수준에 소속사와 관계자들이 못 미치는 것 같다는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는 분명 케이팝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덕후 NEXT DOOR>를 진행하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깊은 마음으로 케이팝을 사랑하고,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케이팝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음원 사이트에서 케이팝이 아닌 다른 음악들이 차트에 꾸준히 올라오고, 대중들이 한국의 곡보다 팝송, 힙합 등 해외 음악을 더욱 즐기기 시작하면서 케이팝은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케이팝은 해외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며 각 소속사에서도 국내보다는 해외를 목표로 활동하는 그룹을 늘리고 있다. 일본, 미국 등을 타겟으로 한 그룹들이 연이어 성공 소식을 전하면서 중소 기획사에서도 해외 현지화 그룹을 프로모션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케이팝을 사랑하는 팬들은 여전히 국내에 남아 다양한 아이돌을 좋아하고, 케이팝을 즐겨 듣는다. 케이팝을 사랑하는 팬들이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한, 케이팝은 위기론을 극복하고 한 층 더 도약할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팬들은 케이팝이라는 문화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이번 모임을 통해 이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케이팝을 더욱 기대하고, 깊이 사랑하는 팬들이 계속 잔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맺는다. 케이팝은 음악으로서, 그리고 문화로서 다른 음악 장르들과 함께 발걸음을 나란히 맞춰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케이팝을 사랑할 것이다.

조회수 29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