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직접 촬영
지난 7일부터 8일, 양일간 부산 삼락생태공원에서 '2023 부산국제락페스티벌'(이하 부산락페)이 개최되었다. 올해 부산락페의 라인업에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아이돌 출신 밴드, 현역 아이돌(밴드)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는 것. 2016년경 이전, 즉 과거 부산락페의 기조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는 꽤나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하드락과 메탈 장르의 밴드가 라인업의 대부분이었던 시절이 길었던 기존 부산락페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부산발 지옥열차'였기 때문이다.
사진 - 네이버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중
독특하게도 올해 부산락페에는 FT아일랜드, 엔플라잉, 영케이 등 아이돌(출신) 밴드가 다수 출연하는 라인업이 구성되었다. 특히 영케이는 데이식스(DAY6)로 부산락페 출연한 지 무려 8년 2개월만에 다시금 무대에 올라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이돌과 락 음악을 모두 듣는 이들에겐 가히 '역대급'의 라인업이었던 이번 부산락페에서, 솔로로 처음 출연하게 된 영케이의 무대는 어땠는지, 그리고 관객과 대중의 반응과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 – 부산락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첫날(10.7 토) 오후, 날씨가 적당히 시원하면서도 관객들의 흥이 꽤나 차올랐을 황금 시간대에 영케이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영케이의 무대는 '리버스테이지'였는데, 메인스테이지인 '삼락스테이지'에서는 도보로 10분 남짓의 꽤 먼 거리에 위치하여 있었기에 늦지 않게 가기 위해 메인스테이지의 순서가 끝나자마자 리버스테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많았다.
리버스테이지가 위치한 곳은 삼락생태공원의 ‘습지’에 해당하는 곳으로, 부지 자체가 서브스테이지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꽤나 큰 편이다. 놀랍게도, 이 널따란 곳이 영케이를 보기 위한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락 페스티벌 자체를 처음 와본 사람들이든, 락을 원래 좋아하던 사람들이든, '데이식스'는 모두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밴드다. 그리고 당연히, 영케이의 이름도 유명하다. 처음 영케이가 락 페스티벌을 위주로 공연을 한다는 스케줄 공지가떴을 때, 걱정이 되는 마음도 분명 있었다. 아이돌이 락이라는 장르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비판이나 비난이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케이의 공연 후기가 뜨고, 락 밴드 음악을 잘 한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락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 어린 시선을 스스로 타파해 나가면서 그는 어느 페스티벌이든 이름이 올라도 어색하지 않은 아티스트가 되었다.
사진 - https://news.nate.com/view/20231008n07690
이 날의 셋리스트는 총 12곡으로, 최근 앨범을 포함한 솔로 곡들과, 데이식스 노래 두어 곡을 포함하고 있었다. 데이식스의 노래에는 '예뻤어', ‘한 페이지가될 수 있게’로 구성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펼쳤다.
<영케이 2023 부산 락페스티벌 전체 SETLIST>
Natural
playground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
베스트 송
이것밖에는 없다
예뻤어
SOUL
STRANGE
사랑은 얼어 죽을
let it be summer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셋리스트 전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솔로 곡 중에서도 락페스티벌과 어울리는 락킹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들을 위주로 하되, 감각적이면서도 가을 날씨에어울리는 감성적인 곡들을 사이사이에 구성하여 영케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흐름을 따라가며 즐길 수 있었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현장에 있던 모두가 후렴을 쉽게 따라부르고 호응하는 등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예뻤어’ 때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관객 모두가 따라 부르며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데이식스의 무대를 아직 직접 본 적 없었기에 라이브로 듣는 ‘예뻤어’의 울림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는데, 현장에서 꽉 찬밴드 사운드로 듣는 것이 음원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룹이 아닌 혼자서 부르는데도 흐트러짐 없는 라이브 실력은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
사진 – 직접 촬영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let it be summer’ 를 가장 최고의 순간으로 꼽고 싶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인 완곡을 선보였는데, 후렴의 ‘워어 워어어어어’ 부분에서는 떼창을 유도하며 노래를 잘 모르던 사람들도 따라 부르고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이 완벽한 락스타의 모습이었다. 시원한 늦은 오후의 가을 날씨와, 무대 뒤의 스크린에서 송출되는 노을 톤의 야자수 영상과 어우러져 곡 특유의 분위기도 두 배로 살려냈다.
마지막 순서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시간 문제로 인해 부르지 못할… 뻔 했으나, 밀당 끝에 다행히도 무사히 한 페이지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무대가끝난 줄 알고 스테이지를 이탈하던 관객들도 다시 뛰어들어와 떼창을 시작했을 정도로 열기는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혹자는 무대가 정말 끝난 줄 알고 화장실에 갔다가 그 안에서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후기를 남겼을 정도.
락 페스티벌에 완벽한 적응을 넘어 진정한 락커가 된 영케이, 앞으로의 페스티벌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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