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이하였던 2월 초에 진행된 콘서트 관람 후기로, 해당 콘서트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지 않은 시점에 열렸습니다. 2월 2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마비됐다. 3월의 꽃말인 개강과 개학은 커녕 모두가 집에서 사이버 강의를 통해 교수와 조우를 하고 있고, 재택근무를 하며 반강제적 칩거 상태에 놓여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은 미치는 것은 물론, 덕후들의 소소한 덕질 라이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눈만 뜨면 새로운 확진자가 뉴스에 등장하여 국민들이 불안감에 떨었던 2월 초, 야속하게도 그 주 주말엔 서울 곳곳에서 콘서트 및 팬미팅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필자가 관람할 예정이었던 콘서트는 2월 8일 핸드볼 경기장에서 진행된 인피니트 성규의 ‘SHINE ENCORE’ 콘서트였다. 코로나 19는 콘서트 개최 약 14일 전부터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고, 공연 전날까지 약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실 콘서트를 가기 전날까지 ‘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였다. 비록 필자는 최근에 해외 그 어느 곳도 방문한 적 없이 국내에서 일만 한 단기 노동자이지만, 평일 내내 서울과 경기도를 7호선을 통해 유동인구 핫타임일 때마다 오갔기에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이 상당했다. 그리고 매사에 과몰입하는 사람이자 혹시 모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건강염려증 인간이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쓸데없어 보일 수 있는 걱정을 사서하는 편이다. 때문에 혹시나 내가 무증상 확진자인데 이 사실을 지각하지 못하고 콘서트장에서 여러 사람에게 퍼뜨려 내 이동 경로에 ‘2/8 (토)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성규 Shine 앙코르 콘서트 방문 – 접촉자 n000명’이라고 뜨면서 대국민 역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됐고, 반대로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중 1인이 되어 가족들,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퍼뜨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평소 실력과 다르게 티켓팅을 너무나도 잘해버렸고, 이번에 공연을 못 보면 또 언제 볼 수 있나 싶은 생각, 한 달 전부터 이미 이번주 주말 콘서트를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나의 모든 세포의 흐름은 선뜻 예매 취소를 망설이게 했다. 때문에 공연 관람을 강행하기로 결정했고, ‘내가 조심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마스크를 단단하게 매고, 면역력 증진을 위해 프로폴리스를 열심히 챙겨 먹었으며, 보이는 손 소독제마다 바르면서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힘썼다.
한편, 이러한 건강염려증을 가진 걱정작렬쟁이들을 위해 수많은 공연업계 사람들은 코로나19 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했을까? 다음은 인피니트 공식 팬카페에 올라온 ‘INFINITE 김성규 Solo Concert ‘SHINE ENCORE’ 운영 안내’라는 게시글을 참고하여 작성한 내용이다. 우선 공연 전 공연장 내부에 방역을 실시하였고, 모든 출입구에 체온 측정 카메라를 설치할 것이며, 공연장 곳곳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아티스트 및 밴드 세션을 제외한 모든 스탭은 마스크를 착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연장은 어땠을까? 더하면 더 했지 절대 저 운영 안내 공지글보다 덜하지 않았다. 티켓을 스탭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내 손에는 손 세정제가 얹어졌고, 열을 재기 전에 스탭이 보는 눈앞에서 손을 소독해야만 했다. 스탭은 총처럼 생긴 적외선 온도계로 모든 관람객의 이마 온도를 쟀다. 다행히도 나는 너무 건강했기 때문에 무사통과하였다.
공연장 내에서는 모든 스탭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마스크를 코 밑으로도 절대 내리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뿐만 아니라 공연장 전광판을 통해서도 관련 사항을 꾸준히 공지했다. 이외에도, 공연 중 풍선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입으로 부는 상황을 대비해 김성규 서포터즈 측에서 많은 양의 손 펌프를 준비했다. 이러한 철저한 관리 및 감시 속에 성규의 군 제대 후 콘서트 두 번째 공연이 진행되었다.
2017년 12월 인피니트 단체 팬미팅 이후로 약 2년 만에 방문하는 인피니트 (물론 솔로 콘서트지만) 콘서트는 마지막 기억과 굉장히 다른 분위기였다. 단체 팬미팅 당시에는 6명의 멤버가 있었기 때문인지 오디오가 끊임없이 물리고, 굉장히 유쾌한 분위기였던 반면, 모든 관객이 마스크로 강제로 입이 봉쇄당하고, mc도 따로 없어 모든 걸 성규 혼자 진행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청음회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성규는 여전히 명창이었고, 제대한 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어서 그런가 모든 이야기의 흐름은 군대로 흘러갔다.
한 가지 아쉬웠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빈 좌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티켓팅 당시 전석 매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국 때문에 멜론 티켓은 예매 취소 시 수수료 없이 환불해줬고, 때문에 혹시나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취소한 분들이 몇몇 있었나 보다. 많은 인스피릿이 성규의 제대 후 콘서트를 약 1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기대해왔을 텐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팬들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 속상했다.
성규 콘서트를 비롯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공연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공연을 진행하였지만, 현재는 많은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음악방송 사전 녹화도 관객 없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면 내가 방문한 성규 콘서트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나 같은 건강염려증 인간들이 마음 편히 덕질할 수 있도록 이 사태가 빨리 진정되고, 제~발 모두가 건강했으면 한다. 여러분 건강 챙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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