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M(이하 슈퍼엠)은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 각 보이그룹의 멤버를 차출하여 만든 신개념 팀으로, 샤이니의 태민, 엑소의 백현과 카이, NCT(이하 엔시티)의 태용과 마크, Way-V(이하 웨이션브이)의 텐과 루카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회성 유닛이 아닌 고정된 그룹 형태로 활동하는 이들은 작년 10월 데뷔와 동시에 미주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한 달 앞둔 8월 13일, 슈퍼엠은 싱글 <100>을 선공개했다.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Jopping>이 여러모로 아쉬움이 짙은 곡이었다면, <100>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여겼던 바운더리를 뛰어넘은 충격적인 곡이다. 해당 곡이 난해하게 느껴진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곡의 퀄리티
슈퍼엠은 분명 외적으론 그룹별 메인 포지션을 한데 모아 만든 최강의 팀이지만, 오히려 팀으로 묶였을 때 시너지를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필시 그룹이란 개인별 매력을 응집하여 배가시키는 효과를 줘야 하는데, 해당 그룹의 음악적 지향성은 오히려 이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로 작용한다. 이들의 장르는 스타일링에서 느껴지는 네오함 한 스푼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웅장함을 포대째 가득 부어 넣어 만든 SMP라고 통칭할 수 있다.
각 음원사이트에 명시된 앨범 정보에 따르면 <100>은 '속도감을 표현한 베이스라인이 드라이빙하는 다이나믹한 리듬 위에 덥스텝적 요소를 가미한 강렬한 브레이크비트 장르'라고 한다. 복잡한 수식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대중의 취향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뜻이다. 영어 싱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영어 가사 비중이 압도적이다. 간혹 등장하는 한국어 가사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영어 사용의 빈도가 아닌 영어 가사 그 자체다. 라임을 맞추고자 하는 목적 외엔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다. 그 가사마저도 뮤비에 가려져 노래가 들리지 않는 악재가 겹쳤다. 빠르게 전환되는 뮤비 감상 직후 떠오르는 것은 마크의 새빨간 염색 머리와 난데없는 레이저 눈빛뿐이었다.
이미지와 컨셉의 부조화
슈퍼엠 티저 영상과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프로듀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7명을 3팀으로 나눠서 찍은 컷을 공개했는데, 인상이 비슷한 조합으로 잘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인상이 진하고 뚜렷한 쪽, 비교적 둥글고 순한 쪽, 그리고 그사이. 멤버별 이미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을 줌과 동시에 완성도 높은 앨범이 기대되는 티저였다. 모든 사진의 구도는 가운데 태민을 필두로 나머지 멤버가 양쪽으로 포진해 있는 방식이었으며, 이는 곧 슈퍼엠의 센터가 태민임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각 그룹의 센터들이 모두 모인 팀인 만큼, 쟁쟁한 후보자들 가운데 태민이 선발된 가장 결정적인 사유는 그가 축적한 커리어로 추정된다. 십여 년 이상의 내공이 누적된 연차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또한, 퍼포먼스형 솔로 아티스트로 확고히 입지를 다졌다는 측면에서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슈퍼엠의 음악적 방향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슈퍼엠은 전작부터 뮤비 곳곳에 남성성을 강조하는 요소를 삽입하여 서구적 남성성을 어필해왔는데, 여기서부터 방향이 어그러졌다고 본다. 센터인 태민과 곡의 이미지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태민의 가장 큰 무기는 시간과 성별을 뛰어넘은 외모에서 자아내는 분위기다. 그는 소년과 어른이란 시간의 경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별의 경계를 초월하여 태민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다. 이러한 태민의 중성적인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이 바로 두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Move>다. 해당 곡의 무대는 큰 화제를 일으키며 대중에게 태민을 각인시키는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반면 <100>은 남성성의 대표 격인 스포츠와 자동차가 혼합된 레이싱 경주를 모티브로 삼은 곡으로, 경주용 자동차가 뮤비 전반에 배치되어 있다. 이외에도 뮤비의 배경인 엘리베이터와 우주선, 그리고 카우보이 복장이 속도감과 질주본능을 가시화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특히 후자의 두 요소는 우주와 황야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반적으로 곡의 주제인 속도감을 매우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과도한 남자다움을 표방한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열일하는 태민의 비주얼과 별개로 그의 의상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챙 넓은 모자는 카우보이 모자에서, 유난히 큰 크기의 별 목걸이는 미국 보안관의 신분증인 별 배지에서 착안한 듯하다. 이렇듯 전반적인 스타일링에서 보안관과 카우보이 이미지의 병치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마초 감성의 끝판왕인 할리우드 서부극이 연상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강한 남성성을 함의하는 의상은 기존에 태민이 솔로 활동으로 구축한 젠더프리 이미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100>은 곡 자체적으로, 그리고 부가적인 컨셉과 이미지 차원에서도 소속 멤버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등 다채로운 충공깽을 선사한 작품이다. 다행히 다음 타자로 나온 싱글 <호랑이>는 훨씬 풍부한 사운드와 팬덤 맞춤형 컨셉을 표방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었다.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첫 정규 앨범뿐. 일련의 발매 활동을 통칭하는 ‘Super One’ 프로젝트는 개인이 모두 특별한(Super) 존재로서 각자(One)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하나의(One) 힘으로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뜻을 표방한다고 한다. 두 개의 싱글만 공개된 현재, 구체적인 실행 사안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슈퍼엠의 커리어가 미니앨범 1개와 싱글 2곡으로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규 앨범은 그룹의 케이팝 산업 내 입지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칭 ‘케이팝의 어벤져스’라고 내세운 만큼 그에 걸맞은 기획과 무대를 선보일 경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시장과 팬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채 오히려 용두사미의 표본인 저스티스 리그로 호칭이 바뀔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충공깽인 <100>에서 단시간 내 <호랑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 사례가 있는바, 정규 앨범까지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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