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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뚜뚜

피켓팅을 뚫고 가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일병 김성규의 팬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1. 이젠 가족 같은 본진, 인피니트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한 인피니트는 이제 내게는 가족 같은 존재다. 어느 순간부터 팬이 아니라 엄마의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덕질을 시작한 다른 아이돌들은 그렇지 않아도 유독 인피니트에게는 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올 초부터 “이제 김성규도 군대 가야지~” 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기에 기사가 났을 때도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그래도 팬이라 그런지 막상 떠나고 나니 “솔로 활동 좀 더 하고 가지…” “김성규 노래하는 거 보고 싶다…” 같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



2. 피켓팅엔 실패했지만, 나에겐 취켓팅이 있다.


그러던 중 뮤지컬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갈까 말까 고민하면서도 내 손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파크티켓을 누른 채 예매 대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창욱, 강하늘이라는 팬덤이 강한 배우들도 함께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한 나머지 광탈하고 말았다. 포도알을 누를 때마다 이선좌가 뜨길 반복하고, 새로고침 될 때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좌석들을 보고 있자니 의욕을 잃었고, 한동안은 잊고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yes24 메인에 광고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눌렀더니 내가 원래 가고자 했던 시간대 2층 좌석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잽싸게 예매해 극적으로 보러 갈 수 있었다. (내가 예매하고 얼마 안 있어서 그 회차 좌석이 다 팔렸던 것을 보면 이건 꼭 보러 가라는 신의 계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뮤지컬이 오르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2층은 단 차가 크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점이었다. ‘단 차’란 앞 좌석과 뒷좌석 간의 높이 차이를 뜻하는데, 이가 클수록 공연을 보는 것에 불편함이 증가한다. 나는 시력이 안 좋더라도 김성규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데 단 차가 크기로 유명한 공연장이라니 속으로 ‘으악’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것도 힘들게 잡은 좌석인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취소 표 예매를 포기하고 2층이지만 3층에서 보는 것 같다는 ‘그 좌석’으로 보러 가게 되었다.



3. 공연을 보러 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공연 날이 왔고, 2시 30분 공연을 보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날이라 평소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 싶어 집에서도 빨리 나왔는데, 9호선 급행을 타고 가니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공연 시작 5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무척 많았는데, 나처럼 출연 배우 중 누군가의 팬인 사람들도 있었고, 육군본부에서 주관하는 공연인 만큼 군에서 단체 관람을 하러 온 듯 정복을 입은 사람들도 많았다. 들어가자마자 MD 상품 모으기가 취미인 나는 MD 샵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아쉽게도 이 공연에는 MD 상품이 따로 없고 대신 프로그램 북을 판매하고 있어서 그걸 샀다. 프로그램 북 안에는 프로필 사진과 넘버 목록, 줄거리 소개 등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었는데, 김성규가 안경을 쓴 게 잘 어울려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은 2시에 시작되었고, 좌석에 앉고 보니 걱정했던 것보다는 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도 꺼서 할 일이 없다 보니 아까 산 프로그램 북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어떤 중국인분이 와서 일행이랑 같이 앉고 싶다고 앞 줄 티켓과 바꿔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어차피 3번이나 1번이나 상관이 없었고, 한 줄 앞으로 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OK!를 외치고 자리를 옮겼는데 한 줄 차이가 꽤 커서 훨씬 잘 보였다.


4. 공연 후기


공연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그 날 쓴 일기에 잘 나와 있어 그것을 가져왔다.


“어제는 멀고, 오늘은 지나가고 있으며, 내일은 가깝다. 한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오늘들을 견뎌낸 증거다. 뜨겁고 아플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불꽃 속에 뛰어들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다. 더 쉬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꺼이 날리는 불씨가 되고자 함은 자신의 세상을 둘러싼 견고한 성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함에 있다. 먼 옛날 누군가의 산화로 만들어진 세상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는 먼 훗날 누군가의 기억에 어떻게 남게 될까.


한 달을 기다린 ‘신흥무관학교’를 봤다. 활동할 때도 안 본 김성규를 뮤지컬에서 처음 볼 줄은 몰랐다. 주연 배우들 모두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뮤지컬을 볼 때마다 느끼는 특유의 벅차오름과 함께 커튼콜에 다다라 손뼉을 안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외로 강스카이가 맡은 역이 굉장히 밝고 잔망미 넘치고 바보 같아서 (잘 말하면 순수하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 참고로 나는 2층에서 봤는데 단 차가 있어 좀 멀긴 하지만 얼굴이 아예 안 보이진 않았다. 강스카이랑 규는 생각한 그대로인데 지창욱 님 진짜 이목구비 꽉꽉 들어차 있고 비율도 엄청 좋다. 주지훈 님을 이은 실물 갑!


회전식 무대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좋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거의 여기서 나왔다. 유생 아버지와 지나치는 동규는 처연했고, 단체 시퀀스들은 역동적이었다.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뻔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색색의 종이가루는 잠시나마 그들과 동화된 듯한 뭉클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 전율을 느꼈다. 적색과 백색의 조명은 비극과 함께 희망을 비춘다.


정말 간만에 봤던 뮤지컬이라 기대하고 갔는데 김성규 분량이 생각보다는 적었던 것을 제외하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특히 커튼콜 때 1층 관객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치던 장면이 잊히지가 않는데, 배우와 관객 모두 하나의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N차를 찍고 싶지만, 아직은 학생이기에 이번 공연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은 성규가 그동안 뮤지컬을 몇 작품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성규의 뮤지컬을 처음 봤는데, 성량이 좋다는 게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일병 김성규 씨 군 생활 잘하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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